패키지 일정을 둘러보던 중 바구니배를 타보는 체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도대체 바구니배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배의 모양이 바구니처럼 생겨서 그런 것인가?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한참을 달려서 어느 나룻터에 도착했다.
나룻터에 가니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식당에 가면 TV에서 흘러 나오는 뽕짝이, 할머니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하던 미스터트롯에 나올 법한 트로트가, 한국이 아닌 베트남의 어느 부두에서 재생이 되었고, 노란 옷을 입은 분들이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분들은 박수를 치며 우리를 맞아주셨고, 같이 춤을 춰야하나 고민하던 사이에 내가 탈 바구니배는 내 앞에 도착해있었다. 이 동그랗고 조그만 배가 뒤집어 지지 않기를 빌면서, 역시 노란 옷을 입고 계신 뱃사공의 손을 잡고 바구니배에 탑승했다.
뱃사공분들은 노를 힘차게 젓기 시작했다. 갑자기 저 옆에 다른 배를 몰던 분께서 아싸! 하고 외치자 다른 뱃사공들이 가오리! 하면서 화답을 했다. 그리고는 다같이 빨리빨리!를 외치시기도 하고, 대~한민국!을 외치시고 박수를 다섯 번 치시기도 하셨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멘트도 나왔었다. 베트남에 한국인들이 진짜 많이 오기는 하나보다. 이 한국어 팬서비스에 놀랍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깔깔 웃었던 것 같다.
바구니배는 계속 달려 강 중간에 도착했다. 저 멀리 누군가가 바구니배 위에서 방방 뛰는 것이 보였다. 잘못 본거 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우리 배가 저 곳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서 저 분은 배를 빙빙 돌리셨다. 한 10초 하다 끝나겠지 했는데 배의 회전은 끝나지 않았다. 언제 끝났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배는 계속 돌아갔다. 묘기가 다 끝나자 관광객들은 저 분께 팁을 드렸다. 뱃사공한테 돈을 주면 뱃사공은 노에 돈을 올려서 그걸 저 분께 전달했다. 돈이 떨어질까 조마조마했지만 이 뱃사공들은 프로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나룻터로 복귀하겠지 싶었는데, 내 배를 포함한 주위의 바구니배들은 강 한 가운데 정박해있던 바구니배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 배 위에는 커다란 스피커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충분히 왔다 판단한 DJ는 아줌마 한 분을 저 무대 위로 모셨다. 그리고 트로트를 틀고 노래 한 곡을 그대로 완창하시고, 불려나온 아줌마는 그 옆에서 계속 춤을 추셨다. 그리고 또 다른 곡이 나오고 그 곡을 끝까지 부르셨다. 한국과는 동떨어진 베트남의 어느 강 위에서, 그것도 사람 한 명 서 있기도 힘든 바구니배 위에서 트로트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신기한 광경이 웃기기도 했지만, 설마 저 무대 위로 나를 부르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이제 뱃사공들은 우리를 육지로 데려다 주려고 노를 열심히 저었다. 가던 와중에 바구니배가 아닌 나룻배 위에서 그물을 던지는 어부를 보았다. 실제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인지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려고 이벤트성으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록달록한 색깔의 그물이 순식간에 펼쳐지는 모습은 예쁘기만 했다.
바구니배 투어는 이로써 끝이 났다. 만약 패키지 여행으로 베트남 다낭을 온다면 바구니배를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에 바구니배를 타기로 했다면,
- 썬크림을 바르고 탄다(햇빛이 뜨겁다.)
- 핸드폰을 포함한 소지품들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한다
- 팁을 준비한다(팁은 개인이 갖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위해서 쓰인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뱃사공이 노를 세게 저어서 바구니배를 빙글빙글 돌리는 이벤트가 있다. 만약 그게 무섭다면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나는 세게 돌려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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