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베트남을 가기로 결정하고 날짜를 정하게 되었을 때, 오늘이 오기까지는 너무 먼 훗날이어서 그저 덤덤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과제와 시험을 반복한 다음에야 베트남에 갈 날이 왔다.
캐리어와 백팩을 들고 인천공항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가격은 만원 후반대로 꽤 비쌌지만, 만약 이 버스를 타지 않았다면 지하철을 타고 환승을 여러 번을 했을 생각을 하니 아까운 마음이 덜해졌다. 한산한 버스에서 등받이를 젖히고 한 숨 푹 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떴더니, 어느새 창문 밖에는 인천 공항이 보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사실 인천공항을 와본 적은 처음이다. 배를 타보고 일본을 가본 적은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베트남 만큼이나 인천공항이 기대되었다. 처음 들어와 본 인천공항은 내 생각보다 많이 크고 넓었다.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말로 웅성대는 소리, 승무원들이 캐리어를 끄는 소리, 누군가를 찾는 방송 소리가 섞여서 주변 공기를 가득 채웠다. 이 소리에는 조급함과 아쉬움, 설렘과 지루함이 녹아들어 있었다. 나는 이 분위기에 잠시 매료되었다.
앞에서 사람들을 보고 따라해서 입국 소속을 무사히 마치고 면세점으로 들어왔다. 면세점에서는 품목에 가격이 붙지 않으니까 일반 가게들보다 가격이 훨씬 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건들은 전혀 싸지 않았다. 세금을 빼도 다들 많이 비싸구나 초콜릿은 10달러가 넘었고, 그 옆에 팔고 있는 술들은 가격이 1000달러가 넘었다. 저 반대편에서 팔고 있는 가방들은 원래 명품이니 비싸겠구나 하고 그러려니 하긴했다. 심드렁해져서 대충 보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무심하게 복도를 걷고 있던 찰나, 라이엇 아케이드가 주변에 있다는 광고를 봤다.
정작 가서 게임을 하진 않았다. 게임을 하고 도장을 찍어주는 시스템인데, 도장을 다 찍으면 경품을 준다. 그런데 게임을 안해도 그냥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냥 가서 도장을 찍고, 경품을 받고, 라이엇 아케이드를 빠져나왔다. 경품을 위해 억지로 게임을 참여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더 좋아보였다.
곧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어서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으로 향했다. 공항 안에 노선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인천공항이 얼마나 큰 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비행기 입구 앞 TV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방송을 보여줬다. 일부러 틀어줬나 싶어서 네이버에 방송편성표를 확인했는데, 녹화방송이 아니라 본방송이었다. 신기한 우연이었다.
또 얼마 간의 대기 후,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정말 오랜만에 타보는 비행기에 설렜다. 돌이켜보면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였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지만, 이런거에 신나하고 긴장하는 것에 나 스스로가 살짝 부끄러웠다. 비행기가 소리를 내며 달리다가 바퀴가 땅에서 떨어질 때, 창문 밖으로 바라보던 풍경이 기울어져 보일 때 긴장이 되서 괜히 이를 악물었다. 몇 분 후 창 밖을 봤을 때는 모든 것이 작아보였다. 잠시 후 구름 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창문에서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들고, 넷플릭스를 틀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다 보고 난 후에 귀가 아파왔다. 하품을 하고 코를 막아봐도 아픈 건 끝나지 않아, 괜히 폰을 켰다 끄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렇게 몇 시간이 더 지나,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난 흔들린 뒤에야 베트남에 도착했다.
마침내 베트남에 도착했다. 유심을 바뀌었더니 시간이 두 시간이 더 느려졌다. 이제 여기서 며칠을 있는구나. 도대체 이 머나먼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를 품고 수하물을 가지러 계단을 내려갔다.
'Life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남 다낭 패키지 여행] 2. 투본강에서 바구니배를 타고 (0) | 2023.07.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