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시작한 계기
지난 7월, 친구들과 같이 빠지를 가기로 약속했었다.
한 번도 빠지를 안 가봐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는데, 조금만 삐끗해도 바로 호수에 빠져버리는 영상들을 보게 되었다. 비록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수영을 하지 못했던 내게는 저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물과 친숙해지면 덜 무섭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수영 강습을 신청하였다.
처음에는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조차 무서워서
한 달 동안 월, 화, 목, 금 아침 9시에 수영 강습을 받기로 했다. 내가 갔던 수영장은 강습 시작일이 따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매주마다 새로 참석하는 방식이라 빨리 강습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맨 처음 수영장에 들어와서 일단 머리부터 물에 담그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눈은 수경을 쓰면 되고 숨은 코로 내뱉으면 된다지만 귀는 물이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무섭게 다가왔다.
그래서 몇 번을 망설이기를 반복하다가 눈 한 번 딱 감고 머리 끝까지 물에 담갔는데, 의외로 별 거 아님을 깨닫고는 물에 대한 공포심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강습이 끝나고 귀에 들어간 물을 어떻게 빼야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면봉으로 후벼파면 오히려 더 아프길래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몇 번 통통 튀기만 했다. 물이 다 빠져나갔다는 개운한 느낌은 들지는 않았지만 결국 나중에는 다 빠져나갔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호흡
처음에는 킥판을 잡고 발차기만 반복했다. 옆 레인에서 수영을 하시던 할머니께서 내 발차기가 별로 시원치 않아 보이셨던걸까, 발차기는 허벅지를 이용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팔 돌리는 법을 연습했는데, 강사님께서는 오른쪽 팔을 앞으로 내민 채 왼쪽 팔을 원형으로 돌리고,
그리고 왼쪽 팔을 앞으로 내미는데 이 때 왼쪽 어깨를 앞으로 쭉 내밀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 다음,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고개를 어깨에 닿을 만큼 오른쪽으로 돌려서 호흡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이 때 몸도 같이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오른쪽 팔도 아까처럼 원형으로 돌려야한다.
처음에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데 자꾸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서 호흡을 했다. 이러면 몸이 가라앉게 된다.
강사님께서 계속 자세를 고쳐주셨지만, 아직 물에 대한 두려움이 완벽히 극복되지 않아서였나 자꾸 고개를 들게 되었다.
필요한 것은 연습이었다. 고개를 들지 않고 호흡을 하려고 계속 노력했다. 사실 지금도 완벽히 자세가 고쳐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
한 달 간의 강습이 끝나고
킥판이나 풀부이 없이 맨 몸으로 하는 수영은 강습이 끝나기 2일 전부터 할 수 있었다. 힘이 딸려서 한 번에 25m 레일을 수영하는 것은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서 반대편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나도 '자유형은 할 수 있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걸까? 많이 발전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자유형과 동시에 그냥 물에 누워서 둥둥 떠있는 것을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자유수영 시간에 아무리 시도를 해봐도 가라앉아서 성공하지 못했다. 아직 물이 무서운 것이 살짝 남아있어서 힘을 쫙 빼지 못하나보다. 아직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 속은 못 갈 것 같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수영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가끔씩 오늘은 그냥 자고 강습을 빠질까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돈이 아까워서 여행을 가거나 다른 일정이 있을 때 빼고는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밤낮 패턴이 바뀌기 쉬운 방학 기간에 수영 강습이 일상 루틴을 유지해줘서 균형 잡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제 시간이 안되서 수영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수영장에 가서 아무 생각없이 헤엄을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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